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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에세이스트

"왜 내 계좌만 파란불이냐"…'삼전·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 절반 차지, 그날 제 마음도 파랬습니다

핵심 요약

  • 코스피는 장중 8457.09까지 올라 5.08% 급등했지만, 정작 오른 종목은 77개뿐이고 826개가 떨어졌습니다. 우리 계좌가 파란불인 건 우리 탓이 아니에요.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총 합계가 3394조 원으로, 코스피 전체(6728조 원)의 **50.44%**를 처음 넘어섰습니다. 지수의 절반이 단 두 종목입니다.
  • 지금 느끼는 소외감은 '내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시장이 양극화됐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아집니다.

그 헤드라인을 봤을 때, 저는 먼저 제 계좌부터 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할게요. "코스피 8400 돌파"라는 뉴스를 봤을 때, 저는 기뻐하기보다 먼저 제 계좌 앱을 켰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파란색을 봤습니다.

지수는 그렇게 빨갛게 타오르는데, 제 화면은 왜 이렇게 차가운 파란빛일까요. "왜 내 계좌만 파란불이냐"라는 그 한 문장이, 마치 제 속마음을 누가 대신 적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도 비슷한 마음이셨다면,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그건 당신이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마음이 복잡할 때 저는 일부러 숫자를 들여다봅니다. 감정이 흔들릴수록, 차가운 데이터가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5.08% 급등한 8457.09까지 치솟았습니다. 개장 6분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였죠.

잠깐, 용어 하나만 짚을게요. **사이드카(Sidecar)**란 선물 가격이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정 시간(약 5분)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시장이 너무 빨리 뜨거워질 때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장치예요. 그날이 올해 들어 10번째 사이드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마음을 다독여 준 건 다음 숫자였습니다.

  • 그날 코스피에서 오른 종목은 77개
  • 떨어진 종목은 826개
  •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의 10배가 넘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지수는 폭등했는데, 시장에 상장된 종목 열 개 중 아홉 개는 떨어졌습니다. 그러니까 그날 파란불을 본 사람이 저와 당신만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다수였습니다.

지수의 절반이 두 종목이라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그 빨간 지수는 누가 끌어올린 걸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입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3394조 원으로, 코스피 전체(6728조 원)의 **50.44%**에 도달했습니다. 코스피 절반이 두 종목이라는 이야기예요.

더 놀라운 건 속도입니다.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코스피가 2200선까지 밀렸던 지난해 4월, 두 종목의 비중은 **23.1%**였습니다. 1년 남짓 만에 그 비중이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겁니다. '30만 전자'와 '224만 닉스'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죠.

여기에 두 종목의 등락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기초자산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16종이 한꺼번에 상장하며 자금을 빨아들였습니다.

쉽게 말해, 시장의 돈이 두 종목으로만 몰리는 거대한 깔때기가 생긴 거예요. 그러니 그 깔때기 바깥에 있던 제 종목들, 전력기기(LS ELECTRIC -8.25%, HD현대일렉트릭 -4.7%)나 건설주(대우건설 -9.17%, GS건설 -7.06%)가 파란불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내가 틀린 걸까" 하는 그 걱정에 대하여

저는 이런 날일수록 스스로를 탓하게 되더라고요. '왜 나는 반도체를 안 샀을까', '내 안목이 부족한 걸까' 하고요.

혹시 지금 그 걱정을 하고 계신다면, 시장을 오래 지켜본 분들의 시선을 빌려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현재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7000선을 넘은 뒤 매수세가 쏠리는 이른바 **'포모(FOMO·나만 뒤처질까 봐 따라 사는) 랠리'**가 전개되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감과 주도주 쏠림에 따른 양극화가 과도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전문가들조차 "이건 건강한 상승이 아니라 두 종목에 쏠린 과열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 두 종목에 올라타지 못한 건 안목의 문제가 아니라, 무리하게 따라가지 않은 신중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지는 826개 종목 속에서 묵묵히 버틴 것, 그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어요.

그래도 괜찮을까 — 제가 붙잡은 단단한 지점들

마음이 흔들릴 때, 저는 막연한 "괜찮아질 거야" 대신 손에 잡히는 행동을 합니다. 제가 실제로 해본, 작지만 단단한 세 가지를 나눌게요.

  • 지수와 내 계좌를 분리해서 보기. 코스피 8400은 '시장 평균'이 아니라 '두 종목의 평균'에 가깝습니다. 지수가 신고가라고 내 자산이 뒤처진 게 아니에요. 비교 대상을 잘못 잡으면 마음만 다칩니다.
  • 쏠림의 반대편을 기록해 두기. 레버리지 ETF 거래가 10조 원대로 불어나면 변동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지금 소외된 업종(전력기기·건설 등)의 종목명과 현재가를 메모해 두면, 쏠림이 풀릴 때 내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 '안 사기로 한 것'도 결정으로 인정하기. 사이드카가 10번 울리는 시장에서 추격 매수를 참은 건 실패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입니다. 저는 이걸 매매일지에 한 줄로 적어 둡니다. "오늘은 쉬었다. 그것도 선택이었다."

결론 — 파란불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잘하고 있습니다

오늘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이렇습니다. 코스피 8457, 5.08% 급등이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는 826개의 파란 종목과, 그걸 바라보던 수많은 우리가 있었습니다. 두 종목이 시총의 50.44%를 차지하는 양극화된 시장에서, 내 계좌의 파란불은 내 잘못이 아니라 시장의 모양이었어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 이 마음을 다음 세 가지 행동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1. 오늘 밤, 내 계좌를 '지수'가 아니라 '내 원칙'과 비교해 보기. 신고가 지수가 아니라 내가 세운 기준을 잣대로 삼으면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2. 쏠림이 풀릴 때를 대비해, 지금 소외된 업종 2~3개를 관심 목록에 적어 두기. 변동성이 큰 장에서 기회는 종종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3. 불안할 땐 매매 대신 한 줄 메모하기. "왜 내 계좌만 파란불일까" 대신 "오늘 나는 무엇을 지켰나"를 적어보면, 걱정이 조금은 정리됩니다.

우리는 빨간 지수를 못 따라간 게 아니라, 우리만의 속도로 걷고 있는 중입니다. 그 걸음, 저는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