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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공책에 적었던 ‘18번 달고 월드컵’ 꿈 이뤄낸 오현규, 그 메모가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기사보다 먼저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등번호도 받지 못한 채 동료들 곁에서 응원단장을 자처하던 한 선수가, 조용히 공책을 펴고 무언가를 적는 모습이요.

오현규(25·베식타시) 선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27번째 태극전사’로 불렸습니다. 26명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예비 선수로 동행했고, 배정된 등번호조차 없었지요. 그런 그가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4년 뒤엔 당당히 등번호 18번을 달고 (월드컵에) 오면 된다.’

그리고 오늘, 그 메모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결국 18번을 단 사람의 이야기

국제축구연맹(FIFA)은 3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48개국 1248명의 최종 출전 명단과 등번호를 공개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18번의 주인은 오현규 선수였어요.

18번은 ‘황새’ 황선홍(58), ‘라이언 킹’ 이동국(47)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공격수들이 달았던 번호입니다. 오현규 선수는 지난달 17일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고, 그 무게 있는 번호까지 손에 쥐었습니다.

4년 사이 그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 A매치: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57) 부임 이후 15경기 6골
  • 소속팀: 2025~2026시즌 튀르키예 리그 13경기 6골
  • 18번 사용: A매치에서는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전부터

박지성(45)과 이영표(49) 두 레전드는 나란히 그를 이번 대회 가장 기대되는 한국 선수로 꼽았고, 이영표는 “오현규는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골 후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자리에 서 있지 않나요

저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조금 일렁였어요. 우리도 종종 ‘27번째’의 자리에 서 있으니까요.

명단에 못 든 사람, 번호를 못 받은 사람, 내 차례가 영영 안 올 것 같아 이렇게 버텨도 괜찮을까 싶은 마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는 일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

이런 순간엔 누구나 비슷한 질문을 떠올립니다.

  • 지금 이 노력이 언젠가 보답받긴 할까
  •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시간을 계속 견뎌도 될까
  • 나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래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오현규 선수의 말에서 그 지점을 봤어요. 미국 유타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 센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4년 동안 매일 열심히 살았던 게 보답을 받은 것 같다.”

핵심은 ‘4년 동안 매일’이었습니다. 공책의 한 줄이 이뤄진 게 아니라, 그 한 줄을 적고 나서 보낸 매일이 그를 여기까지 데려온 거예요.

그가 캠프에서 화제가 된 루틴들도 그렇습니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고, 훈련이 끝나면 맨발로 러닝을 하고, 경기 땐 늘 오른 손목에 테이핑을 합니다. 그는 “2, 3년 전부터 지켜오던 루틴인데 이제야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조용한 반복이 결국 사람을 데려갑니다. 알아봐 주는 사람이 없던 시절에도 그 루틴은 멈추지 않았고, 잘하게 되니 비로소 관심이 따라왔지요.

그러니 지금 응원단장 같은 자리에 계신 분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번호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매일’이 4년 뒤의 공책을 채웁니다.

결론

오현규 선수는 4년 전 공책에 적은 ‘18번 달고 월드컵’이라는 꿈을, 2026 북중미 월드컵 18번 등번호로 완성했습니다.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이 만든 결과였어요.

오늘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 나만의 한 줄을 적어두기: 막연한 불안 대신, 오현규처럼 구체적인 목표 한 문장을 적어보세요.
  • 작은 루틴 하나 고정하기: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멈추지 않을, 나만의 작은 반복을 정합니다.
  • ‘매일’에 집중하기: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기일수록, 4년이 아니라 오늘 하루에 시선을 둡니다.

명단 밖에 있다고 느끼는 오늘이, 사실은 4년 뒤를 적어 내려가는 첫 페이지일지도 모릅니다.